본문 바로가기
일상인듯 취미인듯/러닝__골프

22th 마라톤 - 날씨도 운영도 최악인 춘천호반마라톤

by 달려라 끝까지 2025. 6. 19.

첫하프를 춘천호반마라톤으로 접수를 하고, 나름 준비를 했었다. 같이 간 지인중 한명만 하프를 뛰어봤고, 나머지 셋은 서울레이스에서 11k를 뛰어본게 다였기 때문에 조금 긴장도 하며, 마라톤이 열리는 송암경기장에 도착하였는데, 날씨가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월 15일이면 한여름은 아니어도 최근 몇년간의 한반도의 날씨를 볼때 많이 더울꺼란 예상은 충분히 할수 있었고, 바로 전날 열렸던 양평이봉주 마라톤만 봐도 엄청난 더위때문에 힘들었다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야심차게 싱글렛을 입고 뛰었는데, 그게 나중에 좀 문제가 되었다. 원래처럼 티셔츠를 입고 뛰는게 더 좋을뻔 했다는 생각이다. 이 더운날 출발도 8시가 아닌 9시였는데, 그마저도 정확히 지켜지진 않았고, 약 1분가량 먼저 출발신호를 했다. 동시에  폭죽이 하늘에 멋지게 터졌는데 문제는 폭죽이 발사되며 나온 모든 연기가 바닥에 가라앉으며 하프 출발하면서 숨을 못쉬고 20여 미터를 뛰게되었다는 거다. 문제의 시작이었다. 스포츠 타운에서 의암호로 가느길은 초반이고 기운도 넘쳤기 때문에 다들 힘차게 달려나갔고, 김유정비를 지나 터널까지도 그늘이 드리워져 뛰는데 전혀 불편함은 없었지만 하프출발후 거의 곧바로 10k를 출발시키는 바람에 10k선두주자들이 하프 후미주자들을 뚫고 나와야 하는 문제가 생겼고, 의암댐을 건너기 시작하면서 그늘이 하나도 없는 뙤약볕의 주로가 끝이없이 시작되었다.

체감온도는 30도가 넘어가기 시작했고, 첫번째 급수대에서 멈춰서 물을 마시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최악의 운영이라고 느낀건 여기서 부터였다. 급수대에 놓은 물들이 너무 따뜻했기 때문이다. 미지근한걸 잡으면 운좋은거고 물이 따뜻했다. 그럴수 밖에 없는게 페트병들을 그냥 상온에 놔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3월달에 열리는 대회들도 음료는 얼음이 들어있는 아이스박스에 보관을 하면서 급수대에 따라주는데,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다음급수대에는 시원한 물이 있겠지 하며 계속 힘차게 달렸는데, 완주때가지 5~6번 들렸던 모든 급수대가 따뜻한 물이었다. 거기다 가장 황당했던건 하프 반환점에선 물이었는지 이온음료였는지 모르겠지만 그것 마저 다 떨어져서 없다고 한다. 바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고, 음료가 아예 없었다. 이런경우가 흔한일인건가? 급수대에서 물떨어진건 난 22번의 마라톤대회를 나가면서 처음봤다.

워낙 더웠고, 급수조차 따뜻한물을 주었으며, 스펀지는 당연히 없었기 때문에 환자들이 속출했는데, 내가 참가해본 마라톤대회중 가장 많은 앰블런스가 출동했고, 길가에 쓰러져 있는 사람, 쓰러져서 경련을 하고 있는사람등 무서울 정도로 온열환자들이 속출했다. 여기서 이 대회가 정말 최악이었던건 레이스 페트롤이 없었다. 당연히 페이스 메이커도 없었으며, 뭔가 도움이 될만한 사람이 같이 뛰거나 그런게 없었다. 반환점 돌고 조금더 내려왔을때 어떤아저씨가 쓰러졌는데, 다른 참가자들이 들어서 그늘로 옮겼다. 다행히 같이 뛰러온 지인이 있는분이라 그분이 옆에서 계속 케어하는것 같았는데, 이게 맞는건지 싶었다.

완주간식 꾸러미엔 우유가 있었는데, 아이러니 하게 오늘 마주한 모든 음료중에 시원한건 그 우유가 유일했다. 평소 우유마시면 배가 아퍼서 잘안마시는데, 뛰고나서 벌컬벌컬 우유만 들이켰다. 메달은 5k, 10k, 하프의 구분이 없는 단일메달이어서 나의 첫하프는 메달로도 증명안되는 그냥 그런 대회를 다녀온 것이다. 앞으로 절대 이대회는 나갈일이 없을것이며, 누군가 참가를 고민한다면 짐싸들고 다니면서 말릴것이다. 혹시라도 실수라도 내년 이대회에 접수를 하실분이 계시다면 다른건 둘째치고 핸드폰 꼭 갖고 뛰어야 합니다. 다치거나 쓰러지게 되면 본인이 직접 119에 전화해야 할수도 있으며, 따뜻한 물만 주기 때문에 중간에 있는 카페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라도 사드실려면 결제할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중간에 있는 카페에서 에어컨 바람쐬면서 아.아를 먹고 얼음을 더 받아갖고 나와서 들고 뛰는 분들도 꽤많았기 때문이다. 쓰레드에 이 대회 후기들이 많이 올라왔는데, 써브3 얘기가 많이 나왔다. 풀이 아니라 하프인데, 많이들 써브3를 당했기 때문이다. 시원한 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는 계기 였으며, 앞으로 절대 여름엔 대회참가 하지 않는다는 결심을 했다. 3주전에 뛰었던 제주도 마라톤은 정말 운영 잘한대회였다. 거긴 완주후 얼음물을 바가지로 퍼서 몸을 적실수 있는 공간까지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암튼 나의 첫하프는 SUB3로 만족하고, 다음 하프는 어떤 대회를 뛰어도 PB가 나오게 되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