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이라는 운동을 즐기게 되면서 참 많은 대회들을 참가하고 있지만, 무기록으로 즐기는 대회는 작년 늦가을에 포카리스웨트에서 주최한 포카리 러너스데이와 올해 무료참가였던 서울러너스데이에 참가해본게 전부였다. 일단 대회를 나가면 기록을 갱신해야 한다는 마음이 컷고, 워치가 아닌 기록칩으로 정확한 기록을 체크해 보고 싶어서 이기도 했다. 작년 포카리 러너스데이는 젊고 활기찬 신나는 대회였지만 8.4km를 뛰어야 했고, 주최측에서 제공한 긴팔의 두툼한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뛰어야 해서 많이들 힘들어 했던 기억이 난다. 참가비를 훨씬 뛰어넘는 기념품과 메달, 전신타올, 각종 부스에서 주는 선물들도 너무 좋았고, 공연도 재미있었기에 이런대회가 있으면 마음가볍게 또 신청해야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중 인스타에 굽네 오븐런이라는게 뜨고 러너블에서 제마를 신청할때쯤이었나? 굽네런이 모집을 하고있었다. 나와 집사람은 바로 신청하고, 주변에도 알렸는데 파주의 호박사만 신청을 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주변에 런닌이들은 무기록대회에는 별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제 서울신문하프마라톤을 정말 힘들고 짜증나게 뛰고왔던 터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오븐런에 갈까 말까를 고민도 했지만 그래도 날씨가 그리 덥지않다는 기상예보를 보고 알람을 맞춰놓았다. 집에서 나갈때부터 어제와는 확연히 다른 선선한 바람과 시원한 공기가 느껴졌다. 같은 시간대에 나왔는데 어제의 그 후덥지근함은 없었다. 대규모 인원이 참가하는 대회는 아니기 때문에 잠실역에서 합정역을 가는동안 같은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합정역에서 6호선을 갈아타는 순간 오렌지색 기념티를 입고 닭벼슬 머리띠를 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서로 어디를 가고 있는지는 뻔히 알고 상대의 복장이 웃겼던건지 다들 얼굴엔 미소를 품고 있었다. 코스프레상도 있었기 때문에 좀더 화려하게 꾸미고 온사람들도 많았지만 정작 현장에 도착하니 왠간한 코스프레 갖고는 나 코스프레 한건데? 라고 말도 못꺼낼정도로 진심인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굽네치킨에서 하는 대회니 거의 모든 코스프레가 닭을 모티브로 삼았는데, 병아리인지 새인지 빨,노,파로 인형탈을 쓰고 온 사람들도 있었고, 아예 치킨으로 하고 온 분들도 꽤많았다. 그중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풍기는 닭이 있었는데, 치느님이었다. 다른 대회에서도 예수님 복장을 하고 뛰는 러너들은 종종 있었는데, 치느님이라니? 하물며 닭의 얼굴은 정말 닭대가리 그자체였다. 우연히 집에 가는길에 마주쳐서 같이 사진도 찍었는데, 우리가 집에간후 코스프레상 시상에서 치느님을 하고 오신분이 1등을 하셨다는 스레드가 많이 올라왔다.
우리집은 평소에 교촌과 BHC를 자주 시켜먹는 편이다. 굽네치킨은 시켜먹은적이 없는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오븐런을 다녀와서 난 굽네치킨의 팬이 되버렸다. 이토록 진심으로 러너들의 축제를 열어주는 기업이나 단체가 과연 있을까? 싶을정도로 대회운영부터 모든것이 완벽했기 때문이다. 포카리스웨트의 경우 러닝이나 여타스포츠에 마케팅을 확실히 하고 비용을 꽤 지출해야 하는 대표적 업종이라면 치킨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닝붐에 맞춰서 이런대회를 기획하고 완벽한 준비를 한다는건 정말 쉽지 않은일이다. 굽네치킨에서 이번대회를 기획한 분께 정말 머리숙여 감사드리고, 그걸 진행시킨 운영진에도 박수를 보낸다. 옷의 디자인부터 색상, 닭벼슬 머리띠, 현장에서 나눠준 풍선, 이벤트부스...모든게 완벽했다. 너희는 즐겨라~ 우리는 판을 벌리마~~라고 하는것처럼 작은것 하나 꼬투리 잡을게 없었다. 참가자들을 보는순간 서로 얼굴에 웃음이 가득할수 밖에 없었던 행복한 순간들을 연출해주었고, 완주팩 또한 빵과 음료수 뿐만아니라 과일칩이나 구미같은 생소한 먹거리가 들어있었고, 무엇보다 메달의 퀄리티가 상당했다.
오븐런에 맞는 귀여운 컨셉의 메달이었는데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만들어진 대회메달과는 확연히 다른 마감이었다. 만약 국내제작이 아니고, 중국에 오더를 해서 만들었다면 타대회보다 단가를 더 높게 책정해서 만든것 같다. 품질은 뉴발 런유어웨이 메달에 버금갈 정도였고, 어제 서울신문하프마라톤 메달과 비교하면 2~3배이상 비쌀거란 판단이 들정도 훌륭한 퀄리티의 메달이었다. 이 대회에서 아쉬웠던 점은 정말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 참가했던 모두가 그랬을것 같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온전히 즐기기만 할수 있는대회였으며, 행사부스에서도 타대회들 처럼 인스타 팔로우하고 뭐 작성해서 올리고 이렇게 복잡하고 귀찮은 과정이 아니라 큐알코드 찍어서 카톡친추만 하면 바로바로 선물을 줬기 때문에 줄이길어도 금방금방 줄어들어서 부스에 참여하는 재미도 좋았다. 각종 사진스팟들과 가수 소유의 공연은 덤이었고, 상암에서 열린 대회중 단연코 가장 재미있던 대회로 기억될듯 하다. 대회를 주최하고 만들려고 하는 기업이나 언론사들은 굽네치킨 오븐런을 꼭 참고했으면 좋겠다. 이번대회를 준비하며 굽네치킨은 꽤 많은 비용을 지출했을것 같은데, 그 비용들 최고의 마케팅효과로 돌아올 것으로 본다. 마케팅의 진수를 상암에서 굽네치킨이 보여준것이다. 앞으로 펀런의 기준은 굽네치킨 오븐런이다. 모두가 즐거웠던 일요일 오전,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준 굽네치킨에 감사드린다. 앞으로 치킨은 굽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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