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중순이 지날즈음 매서울 만큼 추위가 아려왔다.
밤새 돌아갔다 멈췄다 하는 보일러 소리에 몇번을 잠에서 깨고,
또, 깊은 잠이 들때쯤 들려오는 물보충 소리...띠리리~띠리리~
애들 깰까봐 얼른 일어나서 물보충을 시키고, 다시 눕고....
그런데 이게 왠일..물보충을 시켰는데도 계속 띠리리~띠리리~~
자세히 살펴보니 물보충이 아니라 무슨 에러가 났다.
하필이면 이렇게 추울때..
다음날 일찍 보일러 A/S에 전화를 하고 늦은 오후에 A/S기사님이 방문하셨다.
난 반가운 마음과 여러문제를 해결해 주십사 하고, 보일러에 대해 이것저것 고자질(?)했다.
"아저씨 이 보일러가 하루에 물보충을 10번씩 해요..별로 따뜻하지도 않구요.."
"그래요? 물보충이 그런식이면 누수가 있는건데? 원래 보름에 한번할까? 하는건데요.."
"아이구....이건 고치느니 새로하시는게 나요...
보일러 자체가 10년된거라 교체할때도 되었구요.."
엥? 교체라..?? 나는 얼릉 주인집에 전화를 넣었다. 이래저래 해서 교체를 해야 한다고 했다고..
주인 아주머니는 아는곳에 연락한다고 내일 교체해 주겠다고 하셨다.
몹시도 추운그날 우리식구들 이불 꽁꽁 둘러싸고 잠을 청했고, 냉수에 씻을 엄두도 못내고
물티슈로 얼굴과 손을 닦았다
원래 사용하던 보일러의 스위치 그냥 봐도 오래되어 보인다.
뭐 외출 이런기능은 당연히 없고, 끄고 켜고, 난방, 온수의 기능이 다였다.
교체한 보일러 스위치..^^ 그냥 봐도 깔끔해 보인다. 외출..절약....뭐 여러가지 기능이 있는것 같다.
더 기가막히도록 좋았던것은
[ 자동물보충 기능 ]
이 보일러는 자동으로 물보충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동안 밤마다...새벽마다 일어나서 해왔던 물보충...당연히 하는것이라 여겼던 물보충을
자동으로...ㅋㅋ
말이 물보충이지 우리집의 구조상 여간 까다롭지 않다. 보일러실이 일종의 작은 베란다로 되어 있어서 그곳에 세탁기를 놓았기 때문에 물보충을 하려면 창문을 열고 철창사이로 손을 깊숙히 넣어서 레버를 돌려야 했다.
나중엔 내가 옷걸이를 굽히고 테이프로 감아서 좀더 쉽게 할수 있게 도구를 만들었지만, 그래도 여간 귀찮은게 아니었다.
근데 이젠 그일을 하지 않아도 된단다..ㅋㅋ
보일러 고장으로 하루 사이에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어릴적엔 연탄보일러 였다. 그땐 아궁이 위에 항상 양은 솥단지가 놓여져 있었는데,
그속엔 항상 물을 채워서 따뜻한 물을 만들어 놓고, 씻을때 사용했다.
먼저 씻은 사람은 다시 찬물로 채워놓았고, 그렇기 때문에 뜨거운 물을 지금처럼 쉽게 쓰지 못했다.
연탄불을 꺼트리기라도 하면 번개탄이란 걸로 다시 불을 피웠고, 연탄들도 구멍들을 맞추어서
올려놔야 하는건 기본이었다.
지금이야 버튼 하나로 온집안이 따뜻해지고, 뜨거운 물도 펑펑 나오지만,
그땐 얼마나 손도 많이 가고, 뜨거운 물은 얼마나 아껴써야 했던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보일러 고장 때문에 어린시절의 추억도..그리고 보일러의 소중함도 떠올리게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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